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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의 정원

새벽에 창밖을 내다보곤 깜짝 놀랐다. 눈이 자주 오지 않는 이곳에 폭설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눈이 쌓여 있었다.윗지방에 살 때 하도 눈을 많이 봐서 아무렇지도 않은데 눈이 흔하지 않은 이 지역에서는 신기하다고 난리다.오후가 되니 금세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거리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만 목격되고 있다. 오랜만에 매서운 겨울바람이 아닌 눈으로 겨울을느끼고 있는데 나에겐 그 무엇보다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준 책 한권을 만났다. 타샤 할머니의 정원을 보고 있노라면 현재 내가 지내고 있는 계절을 잊기 일쑤고아름답고 매혹적인 꽃들의 향연에 빠지게 된다. 지금껏타샤 할머니 책을 마주할 때마다신비롭고 반갑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계속 반복해도 지겹지 않을 정도로 타샤 할머니의손길이 묻어난 정원과 코기 코티지는 너무나 사랑스럽다. 이미 익숙하게 만나본 책을 왜또 구입 하냐고 물을지 모르지만타샤 할머니의 정원은 봐도 봐도 지겹지가 않다. 오히려 더 자주 들여다보니 익숙해서 눈앞에 선하게 그려질 정도다. 리처트 W. 브라운의 사진이 그 생생함을 잘 전달해 주고 있어 이 책이 더 반가운지도 모른다. 타샤 할머니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파파라치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 인공적이지 않고 생생한 정원을 둘러보고 타샤 할머니가 어떤 생활을 하는지 지켜보는 일이 그래서 즐겁다. 정원의 사계절과 19세기 풍경을 가득 담은 집안 구석구석이 이미 익숙해도 친근하고 포근함이 느껴지는 이유다. 타샤 할머니의 책이 출간될 때마다 바로 구입해서 봤지만 이번에는 좀 더 특별했던 것 같다.자연이라곤 쳐다볼 겨를 없이 몸도 마음도 움츠러드는 겨울에 이 책을 접해서인지 뭔가 마음이 조금씩 녹아내린 기분이었다. 꽁꽁 얼어붙은 땅 속에서 봄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느끼듯 주변의 풍경을 다시 돌아보게 된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타샤 할머니의 정원처럼 정성들인 꽃들의 향연을 보기는 힘들겠지만 자연이 주는 평안함과 안락함이 이 책으로 인해 나에게 전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무척 아껴 보았음에도 순식간에 타샤 할머니의 정원 여행이 끝나버렸다. 여전히 나에게 조근조근 정원의 이야기를 들려주실 것 같은 타샤 할머니. 종종코기 코티지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타샤 할머니의 흔적을 이렇게라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스럽다. 겨울에 아름다운 꽃들을 보는 것.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그 열정과 온기를 전해주려는 한 사람의 인고의 노력이 타인에게도 전해질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나는 과연 무엇으로 타인에게 그런 온기를 전할 수 있을지 잠시 고민하며 타샤 할머니의 정원을 다시 한번 머릿속에 그려보며 행복감에 빠진다.

미국 북동부 버몬트 주의 깊은 산 속에 그림책 작가 타샤 튜더의 아름다운 정원을 담은 포토 에세이집이다. 30만 평이나 되는 드넓은 토지에는 타샤의 바람을 담아 타샤의 장남 세스가 혼자 힘으로 지은 안채와 온실, 헛간, 닭장, 염소 우리, 비둘기 집 등이 숲에 둘러싸이듯 배치되어 있다. 타샤는 이 전부를 ‘코기 코티지(Corgi Cottage) 라고 부른다. 집 앞에 펼쳐진 넓은 꽃밭, 두 단으로 이루어진 돌담 테라스, 허브 정원, 샘, 텃밭, 연못, 숲, 염소 방목장 그리고 그림지도에는 마저 다 그려 내지 못한 서쪽 끝의 3천 평이 넘는 들꽃 정원까지 어느 곳을 거닐어 보아도 아름답기만한 타샤의 정원은 전체가 마치 ‘비밀의 화원’ 같다. 비밀의 화원을 조심스럽게 담아낸 사진과 짤막한 저자의 글들이 책 곳곳에 정원을 옮겨놓은 듯 담백하고 아름답게 실려있다.

안채가 있는 풍경
돌담 주변
안채와 헛간 주변
집 안
텃밭 주변
연못 주변
숲 주변
들꽃 정원

정원 가꾸기는 기쁨의 샘
어머니의 정원
타샤 튜더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