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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후반에 프랑스 사람이 되고 싶을 정도로 프랑스를 사랑해서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한 저자에게 공감하게 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읽는 내내 남 일 같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접한 프랑스어는 스페인어와 마찬가지로 인칭마다 변하는 동사형과 알파벳 위에 찍혀 있는 부호들까지, 배우면 배울수록 외우기만 바빠서 뭐 이런 언어가 다 있나 라는 생각을 계속했던 거 같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1부터 10까지의 숫자와 시험 직전마다 선생님이 나눠주셨던 엄청난 동사 변화형 프린트물이었다. 그걸 어떻게든 외워서 시험 봤다는 것만으로도 장하다고 서로를 칭찬해 줘야 한다. 지금 공부하는 스페인어도 점점 어휘가 늘어나고 동일한 뜻의 동사들이 늘어가니 분명히 내가 모르는 미묘한 쓰임의 차이가 있을 텐데 독학으로 모르고 지나가는 게 아닌가 싶어 오락가락할 때가 많다. 그래도 꾸준히 해나가리. 프랑스어보다는 낫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배움에 때가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 특히 외국어 같은 경우는 습득에 효과적인 시기가 따로 있다는 학설도 있는데 그런 거랑 상관없이 계속 공부해서 몇 개 국어씩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보편적으로 맞는 얘기라고 하기는 어려울 거 같다. 정신의학연구소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저자는 프랑스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직업의 이점을 살려 뇌의 fMRI를 찍는다. 그리고 13개월 후에 재촬영하여 프랑스어 공부가 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검사를 하게 되는데... 13개월 동안 로제타 스톤, 플로언즈 등의 외국어 학습 프로그램, 화상 외국어 수업, MyLanguageExchange.com 같은 네트워크 사이트를 이용한 펜팔, 원서 읽기, 라디오 방송 듣기, 외국어 주말 몰입 수업, 프랑스 어학연수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프랑스어를 공부한 저자는 과연 원하는 만큼 프랑스어를 구사하게 되었을까?… 나는 나이에 상관없이 노력하면 뭐든 이룰 수 있다는 격언에 항상 동의했으며 자식들도 그렇게 가르쳤다. 중년이 된 후에 목공과 제빵을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언어는 좀 달랐다. 언어 습득이란 정말 결정적 시기 내에서만 가능한 아이들의 게임인 걸까? 프랑스어를 배우기에 내가 너무 늙었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내 경과 보고를 들은 언어학자 데이비드 버드송의 말이다. "말 그대로 무언가 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습니다. 가장 나쁜 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거죠. 그냥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면 돼요."- 『나이 들어 외국어라니』 中 p.311나도 나이에 상관없이 배우는 건 노력하는 대로 가능하다고 믿는다. 물론 외국어 영역은 나에게도 그만큼 안되는 부분 중에 하나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외국어 습득에 필요한 센스는 나에게는 다소 부족하다는 게 내 판단이다. 물론 스페인어 선생님은 동의하시지 않겠지만... 그건 선생님이 넘 칭찬이 후해서 그러신 거다. ㅎㅎㅎ저자 덕분에 고등학교 졸업 이후 접할 일이 거의 없었던 프랑스어를 언어에 대한 고찰까지 하면서 살펴보니 새삼 그 어려움이 느껴지고 스페인어에서 느꼈던 것보다 더 차별적인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라는 단어는 있지만 아내라는 단어는 없고, 아들이라는 단어는 있지만 딸이라는 단어는 없는... 저자가 이런 부분이 사실은 프랑스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하자 뭔가 깨달은 듯한 프랑스어 강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외부자의 눈으로 보면 이렇게 다른 부분이, 그냥 습관처럼 사용하는 사람은 모르는 깨달음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게 흥미롭다. 스페인어도 프랑스어랑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몇몇 지점에서는 격하게 공감했는데 특히 저자가 작성한 TU와 VOUS 사용을 위한 속성 가이드 를 보고 정말 크게 웃었다. 스페인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너 를 의미하는 Tu 와 당신 을 의미하는 Usted 사이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계속 스페인어 선생님께 Tu 를 써도 되는지를 고민하던 나는 저자의 가이드를 엄청 진지하게 보았다. 원하는 만큼 프랑스어를 익히지는 못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내 인생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풍요로워졌다. 지난 몇 년 프랑스어를 배우면서 깨달은 교훈 중 이게 가장 중요하다. 그 어떤 것도 사랑할 뿐 소유할 수 없다. 프랑스어가 나를 피해 다녀도 이 언어에 대한 나의 흠모는 커져만 간다. 나는 프랑스어를 사랑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것이 나를 사랑하든 아니든, 이 사랑을 막을 도리가 없다.- 『나이 들어 외국어라니』 中 p.316적지 않은 나이에 프랑스어를 공부하며 저자는 부정맥을 겪는다. 병원에 입원하고 치료도 받으며 혹시 프랑스어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것인지 걱정하면서도 병실에서조차 공부를 멈추지 않는다. 내가 프랑스어였다면 옜다! 너 하고 싶은 거 다해라 라고 했을 열정이다. 책 뒤표지에 느지막이 외국어 공부하려다 심장병 앓고 영혼마저 탈탈 털린 50대 아저씨의 대참패 회고록 이라는 문구는 그래서 완전 반어법이다. 대책 없이 긍정적이고 싶지는 않지만 뭐든 사랑하고 열심히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저자가 경험한 대로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고 단순히 표준화된 결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그 의미가 크다는 거! 그래서 저자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을 거다.
나이 들어 뭔가를 배운다는 것
늘지 않아도 괜찮아 후회 따윈 없어
느지막이 외국어 공부하려다 심장병 앓고 영혼마저 탈탈 털린
50대 아저씨의 대참패 회고록
나는 나이와 상관없이 노력하면 뭐든 이룰 수 있다는 격언에 항상 동의했으며 자식들도 그렇게 가르쳤다. 중년이 된 후에 목공과 제빵을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언어는 좀 달랐다. 언어 습득이란 정말 결정적 시기 내에서만 가능한 아이들의 게임인 걸까? 프랑스어를 배우기에 내가 너무 늙었나? _본문에서(311쪽)
프랑스를 미치도록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 예의 프랑스를 좋아하는 사람들(francophile)처럼 프랑스로 여행 가고 싶다거나 한번 살아 보고 싶다거나, 그런 차원이 아니라 그냥 자신이 프랑스인이었으면 하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프랑스의 모든 것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친근하다. 전생에 프랑스인이었을 거라고 그는 확신한다. 그것도 희극작가 몰리에르였을 거라고!
심지어 꿈도 프랑스 꿈을 꾼다. 꿈속에서 그는 파리 어느 카페에 긴 스카프를 두르고 앉아 있다. 한 손에는 카뮈의 책을, 다른 한 손에는 압생트잔을 들고. 물론 이 모든 상황은 ‘말 없는’ 풍경이다. 꿈속에서 그는 꿀 먹은 벙어리다. 당연하다. 프랑스어를 못하니까!
결국 그는 프랑스어를 배우기로 결심한다. 평생 쌓아 온 프랑스 사랑의 결실을 맺기 위해. 프랑스어를 하지 못하면 절대 프랑스인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남자 몇 살이냐고요?
나이 들어 외국어라니 는 57세 중년의 아저씨가 13개월 동안 프랑스어와 벌인 마라톤을 웃음과 곤혹과 진한 땀내로 풀어낸 회고록이다. 프랑스어로 먹고 자고 꿈까지 꾸고, 로제타스톤과 씨름하고, 기억법을 활용하여 단어를 외우고, 프랑스로 어학연수까지 떠나고…… 별짓을 다해도 끝내 프랑스어의 낮은 문턱조차 넘지 못한, 유쾌하고 용감한 도전에 관한 이야기다.
011 내 사랑, 프랑스
016 임자를 만나다
028 웰컴 투 로제타스톤
036 여행자 윌리엄, 정복자 윌리엄을 만나다
067 송아지고기가 차려진 방
081 심방잔떨림이라고요?
089 내 인생 뜻밖의 사건
101 사랑은 너무 복잡해
110 남성형이냐 여성형이냐
124 다이 하드
132 프랑스식 프랑스어
142 소셜 네트워크
151 농지거리
174 말 놓아도 될까요?
190 벨벳 반바지를 입은 아기 예수
200 프랑스어와 중년의 마음
215 이중언어자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228 완벽한 기계번역은 가능할까?
244 당연하지!
252 프랑스 어학연수
286 실비를 만나다
301 대체 왜 골프가 아니라 프랑스어에 매달린 걸까?
307 당신이 프랑스어를 말할 때 당신의 뇌는 이렇습니다
317 덧붙이는 말
321 감사의 말
324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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