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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는 사이

jbvva 2024. 1. 31. 06:27


잘 모르는 사이 - 박성준 - 랑 이라는 시가 의미있게 다가 온다.깨어진 사랑을 랑이라고 표현한 것일까.남자는 말을 하고 문을 닫고 사라진다 남자가 사라지고 문이 남는다문이 여자를 보고 있고 문은 여자를 남긴다남겨진 여자는 남자가 한 말에 대해 생각하면서 여자에게 남겨진 말을 생각한다남자가 남긴 말이 여자의 머릿속에 들어가 있다 문을 닫고 사라졌는데 머릿속에 말은 남아 있다문을 가만히 본다순간 문이 여자에게 말을 건다남자의 말은 여자의 머릿 속의 문을 닫는다.닫힌 문이 여자에게 대화를 건다 라는 표현이 공감 된다. 말은 문을 닫고 문은 말을 건다. 역설적이지만 절묘함을 느낀다.그렇다. 말은 문을 열고 닫곤 했었지..그러면 닫힌 문은 다시 한번 말하곤 하지.박성준 시인의 시, 봄날에 찬찬히 음미하고 토해낸다.
누이의 빛나는 고통, 우리의 남루한 통증

2009년 문학과지성사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시인 박성준의 두번째 시집 잘 모르는 사이 가 출간되었다. 2015년 제16회 박인환문학상 수상작인 「뜨거운 곡선」을 비롯하여 총 62편의 시가 3부로 나뉘어 묶였다. 첫 시집 몰아 쓴 일기 (2012)가 내밀한 고통을 ‘누이’라는 거대한 아픔의 상징으로 터뜨려낸, 손 대면 툭 갈라져버릴 듯한 뜨겁고도 치열한 통증의 기록이자 시적 영매로서의 고백이었다면, 이번 시집은 ‘누이’ 이후 오롯이 자기 몸의 의지와 감각으로 세상을 살아보려는 시도로 가득 차 있다. 비장함을 버리자 통증은 나의 것에서 우리의 것이 된다. 모두가 일정량 나누어 가진 무력감과 서로의 짐작 가능한 괴로움이 삶을 보편적인 지옥으로 만드는 이때, 박성준은 소원도 희망도 바라지 못하는 자신을(그리고 모두를) ‘기계’라고 자각한다. 삶에 무력할 때 인간은 기계가 된다. 부끄러움을 아는 기계는 다시 인간이 될 수 있을까.


1부
벌거숭이 기계의 사랑
인연
마주 보는 두 사람의 태도
건강한 질문
좋은 사람들

안아주는 사람
소원을 말해봐
공사 중
실험 관찰
토포필리아
기계들의 나라
전자보다 후자를 위한 사교활동
뜨거운 곡선
반과 반
사냥꾼
과제
외국어연수평가원

2부

선물
숨을 참으면 조금은 아름다워질 수 있다
솔비
백색의 단호
나무의 약속
애타는 마음
소유
연두에게
비 내린 비린내
분위기
하늘에서
평형감각
개별 사상가의 비전
별이 되어
俳優 3; 여관에서 쓰는 시
아름다운 재료
저 바깥으로 향하는 한결같은 피의 즐거움
오히려

그 옛날 혀가 되지 못한 냄새들
동행

3부
왜 그것만을 요구하지 못했을까
대학살
할 일
명분
희망의 혈통
행복한 거지가 되고 싶었던 페시미스트
것들과 들것

혁명
죄책감
천국
진혼가를 위한
빠빠라기
랑에게
핑퐁
가령의 시인들
기분특별시
육면체로 된 색깔
반란하는
그리운 플랜 파랑

교술시
해설|기계, 부끄러움, 그리고 사랑.박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