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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촌스런 표지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다 읽고 다시 보니 더할 수 없이 예쁜 표지다. 여섯 아이와 한 어른의 우정을 그린 동화 같은 이야기. 첫 만남은 우연이었지만 그 우연을 흘려보내지 않고 소중한 추억으로 만든 내용이 아름답다. 그러나 뒷 이야기는 너무 슬프지 않은가. 마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 라는 노랫말을 눈으로 보는 듯 하다. 청구회 라는 모임 이름을 들으면 무척 그럴 듯 해보이지만 알고보면 여섯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이름을 따온 것이다. 66년 봄, 화자인 신영복 선생은 서울대 문학회원들과 함께 서오릉으로 소풍을 갔다. 목적지로 향하는 도중에 초라한 행색의 초등학생들을 만나고, 호기심에 선생이 먼저 말을 걸어본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이 대목을 주의깊게 볼 수 밖에 없다. 어린 아이를 대하는 태도 하나에서 선생의 전부를 본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것이 인연이 되어 이 아이들과 선생은 매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6시에 장충체육관 앞에서 만난다. 2년 정도를 꾸준히 만나다가 선생이 통혁당 사건으로 구속되자 연락이 끊겼다. 이 책은 그 2년 동안의 기록을 담았다. 대학교수와 중학교 진학도 어려운 가난한 아이들의 만남인데도 구성원들이 평등하게 느껴지는 것은 옛일을 회상하는 선생의 감상에 이입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품이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것은 내용에 어떤 각색도 보이지 않아서다. 선생과 아이들은 만날 때마다 얼마 되지 않은 돈을 모으고, 아이들은 청구회 멤버라는 자부심으로 동네 골목 청소를 하고 달리기를 하며 체력을 키운다. 이런 것들이 청구회 이름으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었다. 선생은 소풍길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또 다른 소풍의 추억을 만들어 주기로 결심하고 이 아이들이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는 멋진 하루를 선물하기도 한다. 이렇게 곁에서 지켜봐주고 응원해주며 이끌어 주는 어른이 좀 더 오래 머룰렀다면 이 아이들의 미래는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러나 동화는 여기까지고 선생은 감옥에 갇혀 언제 집행될지 모르는 사형수 입장에서 청구회 를 떠올렸다. 선생이 감옥에서 휴지 위에 쓴 이 추억담은 20년이 지난 후 우여곡절 끝에 다시 선생의 눈에 띄어 세상에 나왔다고 한다. 이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 할 것이다. 여섯 소년들의 후일담이 나 역시도 무척 궁금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소식을 선생도 잘 알지 못했다. 20년 이란 세월은 아이들이 제 각각의 밥벌이에 바쁜 생활인으로 만들었을 것이고 가난이 그들의 발목을 계속 잡고 있었을지 모른다. 내가 기대한 그 어떤 다감한 모습으로 이들의 재회가 그려졌다면 나는 이 이야기를 한 편의 동화로 생각하고 말았겠지만 그 후의 일들이 뭉텅, 잘렸기 때문에 청구회 에 대한 기억이 마음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선생은 아이들과 재회가 이어지지 않았던 이유로 자신과 아이들의 추억이 다를 수 있어서라고 말했다.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아이들은 선생과의 추억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 시절보다 우리는 좀 더 나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맞는가. 이런 저런 생각이 떠나지 않는 걸 보니 역시 좋은 책이란 많은 질문을 남기는구나 싶었다. 지인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신영복 교수의 아프고 아름다운 추억.절망의 끝에서 써내려간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의 글 중 한 편인 「청구회 추억」이 김세현 작가의 그림과 성공회대 영어학과 조병은 교수의 영역 원고가 어우러져 새롭게 출간되었다. 1966년 어느 봄날 서오릉 소풍길에서 우연히 만난 여섯 소년들과의 순수하고도 소박했던 만남과 우정을 다룬 수필로, 가난하지만 훈훈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당시의 암울했던 상황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1966년 이른 봄철 서오릉 소풍길에서 시작된다. 문학회 회원들과 함께 서오릉으로 봄소풍을 간 신영복 선생은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는 꼬마 여섯 명을 발견하게 된다. 안쓰런 춘궁의 느낌이 드는 그 꼬마들과 함께 소풍을 즐기고 싶었던 저자는 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건넨다. 이 길이 서오릉 가는 길이 틀림없지? 이렇게 시작된 청구회 꼬마들과의 우정은 선생이 구속되기 전까지 이어졌다. 1969년 사형언도를 받게 되자 선생은 청구회 꼬마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휴지조각에 이 글을 썼다. 절망 속에서 떠올린 진달래빛 봄날의 추억. 아름답지만 가슴 아픈 ‘추억의 생환’이다.
청구회 추억
‘청구회 추억’의 추억
‘청구회 추억’을 옮기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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